소설 천자문 41 – 엄마니밭 매흥 – 종소리가 길게 울렸다. 몇 번인가 일정하게 들려온 종소리와 맞물려 북소리도 들려왔다. 북소리는 종소리 사이를 재빠르게 넘나들듯, 혹은 쉬엄쉬엄 그리고 다시 휘몰아치듯 이어졌다. 종소리와 북소리를 들을 때 기분이 어때? 정말 평화롭습니다. 북소리와 종소리는 산과 마을을 고요히 하고 심지어 인간의 욕심까지 가라앉힌다더니 정말 그렇군요.그런데 종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가끔 치는데 북은 왜 저렇게 마음대로 치는지 아세요?” “잘 모르겠지만 알 것 같아요.” “얘기해 보세요.” “인생의 두 길을 비교해서 들려주지 않나요?” “종소리처럼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도 결국 끝나는 삶과 북처럼 달려가다 멈추면서 또 쓰러지고 만다?” 방학이라도 허겁지겁 갈 시간 아닌가요? 어차피 태어났으니 뭔가 보람 있는 일을 이루려고 뛰는 것은 아닐까요? 때로는 실패도 하고 절망도 하고 하지만 다시 일어설 의지의 삶을 살라고 저렇게 두드리는 것은 아닐까?” 북소리와 종소리는 잠시 조화롭게 들려왔다. “그런데 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뭐예요?” “어? 아! 목탁 치는 소리예요.” “목탁?” “생선 모양으로 크게 잘라 종 옆에 매달린 나무를 두드리는 거예요.” “아…!” “왜 목탁을 만들어 두드리는지 아세요?” “말씀하세요.” “옛날에는 어고. 또는 어판이라고 불렸는데 일종의 악기입니다. 원래는 사원 안에서 대중을 모으는 신호로 울렸다고 합니다만, 식사 때 치기도 했습니다. 그 모양에는 머리 둘에 몸은 하나의 용이 마주보고 하나의 구슬을 담고 있는 것과 긴 물고기 모양 등이 있는데 지금은 종, 북과 함께 바닥에 걸고 치는 것입니다.”그런데 왜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었어요?” “그것은 물고기가 밤낮으로 깨어 있기 때문에 나무에 그 모양을 새겨 수행자의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물고기를 용 모양으로 고친 것은 범부가 성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하하!” “왜 웃으세요?” “어디서 그렇게 물었습니까?” “뭐,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 물고기 글씨가 실은 어리석은 물고기였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어리석음을 경계하기 위해 어리석지 않게 어리석은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놓고 두드리는 것입니다.” “목어를 치는 것이 어리석음을 때리는 것이 사실입니까?” “불교에서 쓰는 글자에는 글자의 올바른 의미가 분명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문자 연구에 몰두한 세종대왕도 자연스럽게 불교의 실체를 알게 된 것입니다.” “불교의 실체?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왜 어리석은 물고기입니까?’ ‘중국에서는 물고기 모양에서 상형되었다고 우깁니다. 그런데 네모난 몸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를 본 적이 있나요?” “그건 변형된 글자니까……” “파면 움직이는 사람에게 완전히 앞, 반복해서 바꾸는 불로 구성되어 움직여서 완전한 것을 반복한다는 뜻이 되는 거죠. 그래서 어리석은 물고기입니다.” “…?” 지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정요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로불변이란 말 아세요?” “그 정도면 알지. 무지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지 물고기와 노(老)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뜻 아닌가요?” “그렇게 알고 있지만 물고기는 어리석은 물고기이고 노(老)는 미련할로입니다. 그러니까 어리석고 어리석어서 헷갈린다는 뜻이지 물고기와 노(老)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요?” “그 어리석은 물고기에게 해를 지탱하면 어리석은 말이라는 뜻으로 미련할로자가 됩니다. 파면 움직여서 완전한 것을 여러 번 바꿔서 밝힌다는 뜻도 되겠죠. 그러니 어리석은 놈입니다.” “허허, 참!” 지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리석음을 물고기로 고치는 갱, 또는 경작을 하면 어리석음을 고친다는 뜻이 되어 바르는 경(景)자가 됩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물고기의 글씨에 취한다는 뜻이 되며 소견이 좁은 가을 자가 됩니다.”또 있어?” “네, 어리석은 물고기에 생각을 붙이면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뜻으로 무서운 새자가 됩니다. 어리석은 생각처럼 무서운 일이 있을까요?”그건… 그런데 그게 어떻게 물고기 자가 된 거죠?” “어떤 어리석고 어리석은 사람이 모양만 보고 이것저것 붙인 거예요.” “그런데 노(老)자는 미련할로가 틀림없어?” “노(老)라고도 하죠. 옛날 대륙에 저우라는 나라가 있었대요. 그 주나라 무왕이 동생에게 땅을 짓게 한 나라였다고 하는데, 지금의 산둥성 옌저우부 지방에 있었대요.” “그 나라 사람들은 미련을 갖고 있었나요?” “그건 모르겠지만 공자가 그 나라 출신이에요.” “그래요?” “아마도 깊은 의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자의 행적이 평생 대륙을 돌며 취직하자고 떠들어댔는데 결국 취직이 안 돼서…” “둔하고 어리석은 나라 출신이라서?” “그건 아닐지 몰라도… 노남이라고 들어봤어요?” “글쎄?” “둔하고 어리석은 남자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란 뜻이라면서요.” “박형 얘기요?” “네?” “나야…… 자수한 적이 있는 듯 코끼리 아내도 있는 놈이 다른 여자에게 빠져 이렇게 쫓아가는데 박형은 어딘가에 숨겨놓은 여자 없어?” 정여는 빙그레 웃으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남자에게 여자라는 경이롭기 짝이 없다.” 지은은 살짝 눈을 감은 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꿈꾸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지은이 갑자기 눈을 뜨고 물었다. “아! 올라간 일은 어떻게 된 거야?” “어? 아, 그게 언제 얘기예요.” “잘 안 됐어요?” “만날 수 없었어요. 묘하게 자취도 없이 잠적했군요.” “흠! 하지만 무공 선생님이 와 계시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글쎄요. 무공 선생님이 과연…” “왜 실력이 없는 거죠?” “꼼수에는 관심이 없으니까요.” “뭐 우도 사람들은…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무공 선생님은 대단한 분이니까요.” “그걸 지운 스님이 어떻게 아세요?” 지웅의 확신에 찬 말에 정여는 의아해했다. 별로 접근할 수 없는 힘을 가졌구나. 예전에 저에게 밀교를 가르쳐 주던 선생님과는 전혀 달라요.” “아, 그 밀교를 이야기해 봅시다.” 지은은 정여를 보고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자…” 지은은 눈을 감고 잠시 있었다. 그래요, 저도 궁금한 게 많아서요. 하지만 저도 확실히 아는 건 아니에요. 제 스승이었던 분이 가르쳐 주신 대로 배웠고, 당시에는 재미있어서 무조건 외웠을 뿐이니까요.” “불교는 머리가 아픈데 밀교는 재미있어요? 왜 부처와 보살이 그렇게 많고 경전과 계율은 왜 그렇게 많은지 정신이 없었어요.” “밀교는 성으로 보리를 만든다고 했죠. 성에 대한 호기심, 그것은 젊었을 때, 아니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성에 관한 호기심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그 호기심에서 밀교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그럼 밀교란 무엇입니까?” “비밀불교”의 약칭인데, 일반적으로 불교를 현교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교의 의미가 뭐죠?” “밝은 현, 나타내는 현, 나타내는 현인데 이건 빛나는 현, 구미현, 나타내는 현의 글자와 두혈로 구성된 것이니까 붙여서 해석하면 되겠네요.” “머리를 밝게 해?” 그럼 밀교는요?” “조용히 밀, 숨어있는 밀, 깊이를 조밀하게 하는 밀, 가까운 꿀, 편안한 꿀이지만 멈출 수 있는 꿀, 조용히 밀자로 세워둔다는 뜻의 산자로 구성된 것이니 편하게 세워둔다는 뜻은 별로 나쁜 일이 아닌데요…”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대로 성의 호기심과 쾌락에 빠진 자들의 소행이 세상에 알려지자 배척당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문자 해석 그대로 조용히 그리고 편안하게 하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더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 “밀”자를 더 자세히 파려면 보호하는 면에 반드시 붓, 오로지 붓, 필과 산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산자는 산의 모양을 보고 상형된 것이 아니라…” “다른 뜻도 있다고? 아까 뭐 세워서 펴는 거야?” “하하. 왜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나 봐요.” “뭐 밀교라는 것은 남자 것은 세우고 여자 것은 열 테니까 혹시 그런 뜻이 아닐까 하는 거죠.” “우리가 보통 아는 산자를 파자는 비결로는 쉽게 세우는 곤과 여는 감색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세워둔다는 뜻으로 해석하는데, 자서전에 글자로 해석된 것을 보면 ‘선기산생만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두루 베풀어진 선, 신경 써서 흩어진 산, 생, 만물의 물이니 산이란 두루 베풀어 기운을 퍼뜨리고 여러 가지 만물이 생기게 한다는 뜻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세워서 펼친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보면 해석이 비슷한 것 같은데? 예전에도 파자의 비결을 알고 있었나요?” “처음에는 공식이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지고 그 의미만 전해져 메일로 기록되었군요.” “다들 그렇죠?” “아니죠. 가끔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정도입니다.” “그럼 밀교란 보호할 필요가 있는 만물이 생기도록 힘을 나누는 교란의 의미 아닌가?” “그건 모를 겁니다. 말로만 듣던 밀교 얘기를 처음 들어서요.” 지은은 다시 눈을 감고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지루해진 정요가 하품을 하자 눈을 뜬 지은이 입을 열었다. ‘엄마니밥매훈’의 의미를 아시나요? 범어로는 앵무새, 마니(mani), 팥메(padme), 흠(hum)으로 한자, 아